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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과 참선

작성자
admin
작성일
2020-04-11 21:48
조회
281
광복과 참선

8월이 되니 무궁화가 많이 핀다. 서울에서 보지 못한 종류의 꽃들도 있다. 곧 광복절이다. 긴 역사 속에서 일제 통치의 어려운 시절을 살아내야 했던 분들에게는 저 수십년이 한 평생이었었다. 그분들이 보던 무궁화는 지금 내가 보는 것과는 다른 무궁화이었을 것이다. 지구 정반대편에 와서 보는 무궁화. 다함이 없이 피고 또 피는 꽃. 이름도 곱다. 무궁화!


불교의 큰가르침인 ‘깨달음’이라는 것도, 빛을 회복한다는 의미에서 ‘광복’이라고 말할수 있다. 생명의 본성 즉 마음의 본성은 불성이다.이것은 원래 청정하고 광명이다. 삶의 길고 긴 과정에서 불성이 많이 오염되었다. 깨침이란 이 오염된 것을 없애고, 원래의 광명을 되찾는 것이다. 마치 묶인 것을 풀고 벗어나면 해방이듯.

역사적으로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조상님들이 너무도 애썼듯이. 부처님은 모든 생명이 자기의 광명을 되찾도록 하기 위해 이 세상에 출현하고 또 열반하셨다. 그래서 모두가 광복을 이룰수 있는 인연을 만드신 것이다.

법화경에서는 본성을 찾는 것을 고향에 돌아가는 것에 비유하고 있다. 어릴 때 밖에서 길을 잃은 아들이 오랫동안 타향을 떠돌다가 마침내 그 아버지의 집 문 앞까지 흘러온 것이다. 아버지는 멀리서도 한 눈에 그 아들을 알아보았지만, 그 아들은 아버지를 알아보지 못하고 다시 도망가려했다. 아버지가 여러 방편을 써서 그 아들을 얻고, 마침내 자기 아들임을 선언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누구나 부처님의 아들이고, 또한 그 가르침을 따르면 고향에 돌아갈수 있음을 가르치고 있다. 모두가 고향에 돌아와 광복을 이룰 때, 그것이 우리의 광복이다.

고향에 돌아오는 데는 매우 많은 길이 있고, 도달에 걸리는 시간도 각각 다르다. 길을 오가는 사람의 능력과 근기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향에 돌아가고자 목표를 정한 이상, 가장 확실하게 빨리 도착해야 한다. 무슨 방법으로? 한국불교에서 강조하는 참선(혹은 화두법)이라는 것이 있다. 참선법!

참선은 곧바로 고향에 돌아오는 수행법이다. 세상인연을 바로 보아서 깨치는 것이다. 반아심경에서 말한다. ‘몸과 마음(오온)이 공함을 비추어본다.’ 내 몸과 마음은 인연따라 생겨난 것이니, 없다고 말할수 없다. 또한 내마음이지만 나도 모르고, 내몸이지만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그러니 있다고 할수도 없다. 이 몸과 마음(오온)은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일상생활에서 이런 질문을 자주자주 자신에게 하는 것이다. 마음속으로 곰곰이 물어보는 것이다. 성철스님은 말씀하셨다. 생선장수는 생선을 팔면서 화두를 하고, 나무꾼은 나무를 하면서 화두를 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점차 심신이 맑아지고 지혜로워지는 것을 스스로 느낄 것이다. 화두를 하면 분별심이 줄어들고, 망상도 줄어든다. 세상의 인연들이 저절로 줄어든다. 지혜가 계발되는 것이다. 그래서 고향으로 오는 길은 즐거운 길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해방만으로는 안된다. 독립을 이루어야 하고, 오고감이 자유로워야 한다. 개인 생활에서도 그렇다. 성인이라 함은 신체적으로 성장하여 마음대로 활동하는 것만으로는 안된다. 경제적 독립은 말할 것 없고, 정신적 독립을 이루어야 한다. 성숙한 인격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해야한다. 자유에 대한 책임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주변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 이것은 마음이 스스로의 본래 자리에 돌아오면서 이루어진다.
너와 나와 우리의 광복이 원만히 이루어지도록 함께 노력하고 함께 정진하자.

- 원영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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